유럽여행 관련 세 번째 글은 여행 준비 관련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실질적인 여행 후기는 다음 글부터 시작이고요~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행 준비를 하는데 정보가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필요한 정보만 추려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여행은 많은 분들이 다녀오시기도 하고 관심도 많은 주제라서 그런지 인터넷에 매우 많은 정보들이 흘러넘치고 있고요.
저도 인터넷, 특히 네이버 카페 "유랑" https://cafe.naver.com/firenze 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요, 후기들을 보면서 없던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숙소의 베드벅 (Bed Bug, 우리 말로는 빈대)에 대한 두려움이고요,
다른 하나는 소매치기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베드벅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빈대라는 흡혈곤충을 말합니다.
침대 주위에 서식하면서 (특히 나무로 된 침대 프레임, 옷장 등) 밝은 낮에는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사람 위를 기어 다니며 피를 빤다고 하는데요, 모기와 다르게 기어 다니는 곤충이라 물린 자국이 자기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줄줄이 10개도 넘개 생긴다고 하더군요.
물린 순간에는 전혀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면 엄청난 가려움(모기의 10배가 넘는다는 설도..)과 함께 부어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며, 의류나 캐리어에 숨어들어 다른 숙소 심지어는 집까지 따라온다는.. 정말 공포스러운 해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베드벅에 물린 손님은 숙소에서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물린 경우에는 모든 옷을 버리거나 살균 소독해야 한다는 경험담도 심심치 않게 올라 오더군요.
이렇게 공포스러운 후기들이 올라오다 보니 베드벅 대책으로 살충제 (보통 동성제약에서 판매하는 비오킬)을 약국이나 인터넷으로 구입해 가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침대 시트를 비오킬로 흠뻑 적셔놓고 여행을 떠난다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비오킬을 사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조금 더 검색을 하다 보니 비오킬 같은 살충제는 베드벅에 큰 효과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한국에서 빈대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DDT라는 살충제였는데, 빈대는 DDT급의 살충제가 아니면 일단 잘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벌레에게 직접 분사하는 것도 아니고 침대 시트에 뿌려 놓는다고 베드벅이 죽을 것 같지도 않을뿐더러 그 위에서 자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별 준비 없이 그냥 갔는데, 결론적으로 베드벅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가 대부분 저렴한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였던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숙소가 모두 깨끗한 편이었고 벌레가 있을 것 같은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운이 좋지 않으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저렴한 곳이나 평이 안 좋은 숙소만 피한다면 베드벅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유럽 여행 다녀와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걱정했던 것은 유럽의 소매치기 들이었습니다.
사실 다양한 경로에서 소매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카페에도 많은 경험담이 있었고 - 심지어 돈을 넣는 포켓이 있는 팬티를 입고 다녔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회사 동료, 심지어 80년대에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에도 로마의 소매치기 이야기가 나오죠) 준비를 나름 해서 갔습니다.
여행 전 회사 근처의 다이소에 갔더니 마침 다양한 도난 방지 물품들을 팔고 있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배낭 자물쇠, 캐리어 잠금 줄, 복대, 핸드폰 고리와 연결 케이블 등 2만 원도 넘는 돈을 도난 방지 물품 구입에 사용했는데요..
막상 여행을 가 보니 배낭에 자물쇠 달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고 (딱 두 명 봤네요. 한국인 한 명, 중국인 한 명) 카페에서 많은 경험기를 보았던 사인단 (사인해 달라고 몰려다니면서 소매치기하는 사람들), 팔찌단 (팔찌를 강제로 채워놓고 강매하는 사람들), 지하철 소매치기 등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주의를 했기에 그런 안 좋은 경우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여행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과도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새 종종 일어나는 테러 때문인지 관광지 곳곳에 무장 경찰 (소총까지 소지한) 들이 있었고, 소매치기들도 그 덕에 많이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유럽 여행자 분들은 굳이 도둑이나 벌레를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상식선에서 조심하시면 큰 문제없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여행의 필수품이 된 해외 유심 관련 내용입니다.
이제는 구글 지도 없이 하는 해외여행은 상상할 수도 없죠. 구글 지도를 사용하려면 해외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데이터 로밍
제일 간단한 방법입니다. 사용중인 휴대폰을 그대로 가져가서 사용하면 되고요.
다만 그냥 사용할 경우 정말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데이터 로밍 상품에 가입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KT의 경우 속도/용량 제한없는 로밍상품이 하루에 14,300원이네요.
제일 간편한 방법인 반면에 가격적으로는 가장 비쌉니다.
2) 포켓 와이파이
요새 많이 광고하는, 와이파이 도시락 같은 에그 제품입니다.
에그가 현지의 LTE망을 WiFi로 변환해서 사용자들의 핸드폰은 와이파이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로밍이나 현지 유심과 다르게 여러 명이 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테더링은 아무래도 불편하죠), 별도의 장비를 가지고 다녀야 하고 충전도 해야 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하루에 1GB 사용할 경우 요금은 하루에 7,900원 / 6,300원 (6일 이후) 입니다. 로밍보다는 싸지만 현지 유심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3) 유럽 유심
제가 선택한 방법입니다. 현재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유심 제품이 국내에서 판매 중입니다. 스마트폰의 사용 중인 유심을 유럽 유심으로 교체하면 스마트폰 번호가 유럽 번호로 바뀌면서, 유럽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유심에 따라 통화나 문자도 가능)
제가 구입한 제품은 KPN이라는 회사의 제품인데 (네덜란드 통신사라고 하네요) 최초 통화 후 28일 동안 사용 가능하며 총 3GB의 데이터 / 60분의 통화를 제공합니다. (문자는 안되는데, 수신은 가능하더군요)
이 제품이 15,900이었으니 가격으로는 로밍이나 포켓 와이파이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유럽의 통신 인프라 문제인지 KPN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나라마다 통신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있었고 특히 지하나 건물 안에서는 대부분 통신이 끊기더군요.
방문한 나라 중에서는 프랑스, 스위스의 경우 큰 문제없이 잘 사용한 반면 영국은 가끔 끊김이 발생하였고 이탈리아에서는 상당히 자주 끊겨서 사용이 좀 불편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통신사를 수동으로 선택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KPN에서는 위챗과 함께 데이터 2배 제공 이벤트를 실시 중인데, 추가 데이터를 받기 위해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 미리 위챗에 가입해 두긴 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위챗 아이디가 여러 번 블락되었고, 이이디를 새로 만들고 인증받는 것도 인증 문자가 몇 시간 뒤에 오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어렵게 추가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2주 동안 구글 맵과 인터넷 검색 위주로 사용하고, 숙소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용했는데 대략 3GB 정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에 이것저것 다운로드 / 업로드해서 최종적으로 4GB 정도 썼는데, 굳이 추가 데이터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아요.
유럽에서 다른 유심을 사용해 보질 않아서 KPN 데이터 유심이 좋은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이 저렴한 걸 감안하면 쓸만한 편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