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오디오 시스템은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처럼 (비교적 저렴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CD 플레이어도 없이 스마트폰 / PC의 디지털 소스로만 음악을 듣고 있는데요,
아날로그 음악에 대한 관심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돈과 공간의 문제 때문에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일본 야후옥션을 구경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우르세이야츠라2 뷰티풀 드리머)의 OST LP 가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대행을 통해) 덜컥 낙찰을 받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해당 LP 및 일본 야후 옥션 구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일단 LP를 사고 나니 턴테이블을 사긴 사야 하겠는데, 그렇다고 비싸고 좋은 제품을 사기에는 가지고 있는 LP도 없고 돈도 (별로) 없고.. 이런 저런 이유로 저렴한 제품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먼저 눈에 띈 것은 아래 제품입니다.
스카이디지탈 이라는 국내 IT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휴대용 LP 플레이어인데요, LP판을 받쳐 주는 플래터가 없이 가운데 라벨 부분만 지탱, 회전시키면서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제품의 장점은 아마도 1) 저렴한 가격 (약 5만원) 과 2)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이 아닐까 하고요,
단점은 1) 떨어지는 음질 그리고 2) LP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5만원자리 플레이어에서 음질은 어차피 크게 기대하지 않겠지만, 플래터 없이 회전을 시키는 구조의 특성상 LP의 자체 무게로 인해 휨 현상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또 저럼한 바늘 (스타일러스)이 안 그래도 재생 중에 휘어진 LP판의 소리골을 손상시키지 않을 까 하는 염려가 들더군요.
물론 제가 사용해 보고 확인한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그렇다 아니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져서 결국 이 제품은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제품을 찾아 본 이후 제가 최종적으로 구매한 제품은, "오디오 테크니카"라는 일본 회사의 AT-PL300 턴테이블 입니다.
제가 찾아본, "정상적인 형태"의 턴테이블 중에는 가장 싼 제품입니다. (약 15만원 정도)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조사도 나름 신뢰성이 있고 (요즈음에는 이어폰으로 더 유명한 것 같지만, 원래 턴테이블 카트리지 제조사로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또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공간이 부족한 저에게 딱 맞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Unboxing 및 설치
세기전자에서 정식으로 수입한 220V용 제품이라서 제품 상자가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 내수용품은 몇 만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지만, 220V 승압 트랜스가 필요하고 AS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정식 수입품으로 구입했죠.
플래터 위에 올려놓는 매트는 따로 포장이 되어 있네요.
제품 개봉샷입니다.
본체 위에 플래터를 설치하고 매트를 올려놓으면 완성이죠.
본체 뒷면에는 전원선과 AUX OUT 선이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스기 뒷면에는 AUX OUT 단자가 있고 AUX선으로 연결하는것이 보통인데, 이 제품은 AUX선이 그냥 달려 있더군요.
사용 시 따로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기는 합니다.
플래너에 구동 벨트가 감겨져 있고, 빨간색 리본을 당겨서 모터 구동부에 연결해 줍니다.
매트까지 설치한 모습입니다.
제품 전체가 흰색이라서 깔끔해 보입니다.
아라이 유미 (마츠토야 유미)의 "MISSLIM" LP를 올려놓고 재생새켜 보았습니다.
흰색 본체와 검은색 LP가 대비되어 더 멋지게 보이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LP를 재생해 본 느낌은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였습니다.
사실 아날로그는 디지털보다 좋은 장비를 써야 들을만한 소리가 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라서, 저렴한 턴테이블 (그것도 내장 포노 앰프 사용)에 디지털 앰프 (내부적으로 아날로그 -> 디저털 -> 아날로그 변환이 필요한) 조합이라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 장비들이 실제로 들려주는 소리는, 비록 CD나 디지털 음원보다는 플랫한 느낌 (낮은 다이나믹 레인지 때문이겠죠) 을 주기는 해도 디지털 소스에 비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 소리였습니다.
LP에 먼지가 좀 있어서 중간 중간 LP특유의 노이즈가 좀 들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추후 LP 청소를 좀 하면 괜찮아 질 것 같구요.
그리고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음악이 재생되는 모습은, 확실히 디지털 미디어는 줄 수 없는 감성을 청취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 같아요.
플래터 휨 현상 (warped platter)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첫 감상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LP판이 돌아가는 모습에서 약간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스타일러스 바늘이 달려 있는 헤드셀이 상/하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정도가 좀 심각해 보이더군요.
자세히 보니 플래터가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듯 꿀렁꿀렁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고요.
동영상만 봐도 플래터가 좀 이상해 보이죠?
매트, 플래터를 다시 본체에서 분해해서 살펴보니, 플래터가 심각하게 휘어 있더군요.
평평한 책상위에 올려놓고 상하, 좌우로 눌러보니 양 옆이 눌려져 있는 것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이런 상태로 재생을 하면 당장은 문제가 없을 지 몰라도 LP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판매처에 교환이 가능한지 문의 했습니다.
휴대폰으로 위 동영상까지 보냈는데, 판매처에서는 제품 교환에 대해 가타부타 응답을 안하더라구요.
사실 그냥 교환 처리를 해도 되는데, 교환 되어 오는 물건도 같은 불량이 있을까 걱정돼서 교환처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A/S센터를 찾아보니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길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박스 채로 들고 찾아가 봤습니다.
세기전자는 Bose 제품과 오디오테크니카 제품의 통판 및 AS를 담당하는데, AS센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담당 직원들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더군요.
플래터 문제를 이야기하자 바로 확인 후, 잠시 후 정상적인 제품으로 교환해 주었습니다.
플래터를 교체하니 위/아래로 꿀렁거리던 현상이 사라지네요.
아래 동영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적인 제품으로 세팅하게 되었습니다.
판매처에서의 응대에는 좀 문제점이 있었지만, 제품 및 AS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제품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