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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클래식음악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내한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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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중 한명으로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를 소개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투브에서 보이는 화려한 외모와 제스쳐에 눈길이 갔었지만, 음악을 들어 볼수록 매력있는 피아니스트더군요. 그래서 그녀의 음악들을 스트리밍으로 자주 듣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네이버 모 카페에서 카티아가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죠. 한국에 올 줄을 생각도 못했는데 깜짝 놀라서 찾아보니 바로 다음 날에 공연을 하는게 아니겠어요?



고민을 좀 하다가, 딱 하루 하는 공연이고 이번에 안 가보면 언제 또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지르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S석이나 A석으로 찾아보려 했는데 우연히 맨 앞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지르는 김에 확실하게 R석으로 예약 완료 했지요.


공연 당일, 차가 막힐 것 같아 여유있게 지하철로 출발 했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롯데 콘서트홀은 얼마 전 새로 개장한 롯데몰 (롯데타워 옆 낮은 건물) 8층에 있더군요.

롯데몰, 롯데타워 모두 처음 가 봤는데 생각보다 더 깔끔하게 잘 지어져 있고 사람들도 평일인 걸 감안하면 꽤 많더라고요.



롯데몰 앞의 공원에서 롯데타워를 찍어 봤습니다. 워낙 빌딩의 두께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처럼 어마어마하게 높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롯데몰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식사를 하고 (당연하겠지만 버거킹, 맥도날드 없습니다. 롯데리아만..) 8층 콘서트홀로 올라 갔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고요, 프로그램 책자 (3천원)과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전혀 살 생각이 없어서 천원에 팔고 있는 생수만 사서 들어 갔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보니 생각보다 더 무대에 가까워서 좀 놀랐습니다. 가까울 뿐 아니라 피아니스트의 손과 건반이 바로 보이는 아주 좋은 자리여서 위치도 아주 좋았죠.


시간이 되어 카티아가 입장 하고 공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피아노 소리의 울림이 좀 심하더군요. 공연장의 음향설계가 원래 이런 것인지, 유독 롯데콘서트홀만 심한건지는 제가 다른 공연장에서 피아노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듣다 보니 또 적응이 되더군요.


카티아는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여러 연주자의 녹음이 많아서 왠만큼 해서는 그렇게 잘 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곡인데요,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잘 연주했다고 생각됩니다.

이 날의 전반적인 레파토리가 비르투오시티를 강조해서 그런지, 열정 소나타도 3악장에 많은 힘이 들어가더군요. 어디선가에서 타건이 약하다는 평을 보았는데 오늘 연주를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곡은 리스트의 돈주앙의 회상/스페인 광시곡 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었는데, 정말 손가락이 건반위를 날아다니더군요.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정말 악보가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https://i.ytimg.com/vi/JI6JfJXcUjU/maxresdefault.jpg


요새야 암보하는게 뭐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곡 들을 전부 외워서 치는 걸 보니 존경스럽더군요~


40분간 전반부 연주가 끝나고, 20분의 휴식시간이 되었습니다.

휴식시간에 로비를 보니 연주가 끝나고 사인회를 한다는 공지가 있더라고요. 이왕 온 거 사인도 받자 싶어서 CD도 한 장 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motherland 음반을 구입 했죠)


휴식 시간이 끝나고 미하일 플레트네프 편곡의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으로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이 많아서 그런지 좀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요, 선율과 리듬을 카티아 답게 잘 연주했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곡은 쇼팽의 발라드 4번이었습니다. 카티아의 쇼팽 음반에도 실려있는 곡인데, 이날 연주된 다른 곡 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연주 난이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제대로 연주하기 어려운 발라드의 감성을 잘 살려서 연주했습니다.


연주의 마지막은 호로비츠가 편곡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이었습니다.

헝가리 광시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인데, 호로비츠가 편곡했다고 해서 어린이 정경 같은 느낌? 을 생각했다가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곡이 마지막으로 치달아 갈 수록 점점 강력한 타건과 열정적인 연주가 청중을 엑스터시로 이끌어 가더군요.


아쉽게 연주회는 끝났지만, 열광스러운 관객들의 커튼콜에 힘입어 세 곡의 앵콜을 연주 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곡을 연주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쇼팽의 에튀드에서 한곡, 마더랜드 음반에 실린 곡 한곡 그리고 전혀 모르는 곡 한곡 이렇게 연주했던 것 같네요.



연주회가 끝나고 나니, 저는 듣기만 했는데도 꽤 피곤하더군요. 새삼 카티아의 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고, 잽싸게 로비로 나가 사인회 줄을 섰습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2시간동안 이런 대곡들을 연주해서 힘들고 피곤할텐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너무나 친절하게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카리스마 넘치는 피아니스트였다면 사복으로 (이것도 드레스긴 하지만) 갈아 입고 친절하게 사인해 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아직은 젊은, 풋풋한 아가씨의 모습이 느껴 졌습니다.


제가 사인 받은 CD 입니다. ^^


단순한 사인이지만.. 하트가 귀엽기도 합니다.


혼자서 처음 가본 피아노 리사이틀이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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