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모으게 된 LP가 이제는 어느 덧 50장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최소 몇천장씩 LP를 모으는 수집가 분들이 많아서 50장 정도는 어디서 LP 모은다는 말 할 정도도 못되지만 그래도 제게는 한장 한장 나름 고민하며 모은 소중한 음반들 이네요.
그 중에서, 오늘 포스팅에서는 올맨 브라더스의 필모어 이스트 라이브 앨범을 소개 해 보겠습니다.
올맨 브라더스는 기타리스트 듀언 올맨과 동생 그레그 올맨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밴드로, 레더드 스키너드 등의 서던 락 밴드에 많은 영향을 준 그룹 입니다.
듀언 올맨이 스물 넷의 젊은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여 비록 짧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뉴욕의 필모어 이스트 공연장에서의 실황을 음반화 한 At Fillmore East 앨범은 많은 팬들과 비평가들에게 지금까지도 명반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듀언 올맨은 에릭 클랩튼과도 가까운 관계였는데요, 우연히 라디오에서 윌슨 피켓의 "헤이 주드" 를 듣던 에릭이 그 곡에서 슬라이드 기타를 연주한 듀언 올맨의 음악을 처음 듣고 연락해서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에릭 클랩튼이 "데릭 앤 더 도미노스"를 결성할 때도 함께 하자고 했지만 자신의 밴드에 대한 애착이 컸던 듀언은 이를 거절했지만 세션맨으로 앨범에 참여하고, 그 유명한 "레일라"에서 자신의 장기인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멋지게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에릭 클랩튼이 20년 뒤에 MTv Acoustic live에서 연주한 버전보다 오리지널 버전을 더 좋아 합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MTV버전에서는 듀앤의 기타를 들을 수 없으니까요..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샜는데요, At Fillmore East LP는 게이트폴더 형식의 더블 LP 앨범 입니다.
앨범의 앞면은 멤버 6명의 사진인데 투어 이동시 악기들을 보관하기 위한 케이스를 벽돌 담 앞에 쌓아 놓고 찍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사진이 필모어 이스트 공연장 앞에서 찍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밴드가 소속되어 있던 캐프리콘 레코드사 근처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 앨범 발매가 결정되고 앨범 자켓 사진이 필요하게 되어 급하게 사진사를 밴드가 소속되어 있던 캐프리콘 레코드 (조지아주 마콘) 로 보냈고 그 근처 건물 벽에 케이스들을 세워 놓고 찍은 사진이 이 역사적인 앨범의 커버가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진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사진을 찍어야 했던 밴드 멤버들의 표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 사진사가 곤욕을 치루고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 마약상(-_-;;)이 지나가자 듀언 올맨이 급하게 뛰어가서 약을 구입하고 자리로 돌아 왔는데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 있는 듀언이 무언가 손에 가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이나요?) 그 모습을 본 멤버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사진사가 단 한장의 멋진 사진을 찍은 것이 바로 앨범 커버가 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http://www.popspotsnyc.com/allman_brothers_fillmore_east 에 나와 있습니다)
표정이 상당히 험악한 다른 버전의 컬러 사진을 보면, 이 이야기가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이 앨범을 들어보면 올맨 브라더스의 뛰어난 즉흥연주 실력을 느낄 수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재즈 음반을 듣는 느낌이 들 정도 입니다.
이 앨범에서는 LP 두 번째 장에 실려 있는 두 곡이 특히 유명한데, a면의 "In Memory of Elizabeth Reed" 와 b면의 "Whipping Post" 입니다. 두 곡 모두 앨범 버전보다 두 배가 넘는 러닝타임 (13분, 23분) 동안 이어지는 즉흥연주가 듣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써 놓고 보니 너무 진부한 표현이네요.. )
앨범에 실려 있는 음악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시 포스팅 하기로 하겠습니다.
비록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밴드는 아니지만 락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번 필청 하시길 추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