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예전과 같은 포스를 많이 잃어버린 듯 하지만, 한창때의 오시이 마모루 애니메이션에는 다른 애니와는 차별화되는 그 무언가가 있었죠.
오시이 감독을 세상에 가장 널리 알린 영화는 공각기동대 (1995) 지만, 저는 그 이전에 나왔던 패트레이버 극장판 2편 (1993) 을 통해서 오시이를 처음 접했습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으로 시작으로 패트레이버 OVA, "조상님 만만세" 등 오시이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던 중, 우연히 오시이 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하던 시기의 작품인 우르세이야츠라 TV판도 보게 되었고요. (당시 살던 집에 NHK 위성BS2 방송이 나왔는데, 토요일 아침마다 애니메이션을 방영해 주었고 그때 보던 애니가 우르세이야츠라, 트윈스피카 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우르세이야츠라 극장판 2편은, 오래 전에 제가 EBS에서 우연히 본 애니메이션 소개 프로그램에서 클립으로 처음 보고 그 분위기와 몽환적인 연출에 반해서 구해 본 이후로 지금까지 굉장히 여러 번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우르세이야츠라는 란마1/2, 이누야샤등으로 유명한 루미코 여사의 데뷔작인데요, 제목처럼 시끌벅쩍한 개그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정신없는 코믹입니다. 하지만 오시이 감독이 치프 디렉터를 맡은 초기 TV 시리즈는 루믹 여사의 색채 중간 중간에 오시이 감독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이 극장판 2편은 루믹 여사의 색깔을 싹 지우고 오시이 감독의 테이스트를 듬뿍 담아서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본젹적인 "오시이 마모루" 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이미 우르세이야츠라의 세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불친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감상에 그렇게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아래에서 스크린샷을 통해 영화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서는 영화의 내용을 전부 소개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하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기묘한 광경.
구형 레오파르트 전차에 타고 있는 멘도, 비키니 차림의 사쿠라.
,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 정신이 나가 있는 아타루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호수 옆에 보이는 고장난 시계탑.
시침이 없을 뿐 아니라 문자반의 인덱스도 뭔가 이상한데..
장면이 바뀌어 장소는 토모비키 고등학교, 1984년의 학원제 전날.
학생들은 정신없이 학원제를 준비하는 중인데..
역시 학원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타루네 반.
아타루 반의 테마는 독일 제2 제국. (밀덕인 감독의 취향이..)
멘도가 구해온 레오파르트 전차가 교실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다.
갑작스런 라무의 등장.
이때 라무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연출은 지금 봐도 멋짐
시노부와 말싸움을 하던 중
아타루, 멘도, 친위대 등 친구들과 함께 학원제를 준비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라무의 대사.
영화의 중요한 복선
다음 날 아침.
어제가 학원제 전날이었을 터인데.. 라무와 친구들은 이제 하루 남았다며 오늘도 힘내자고 하며,
이상하게 피곤해 보이는 온센마크
중간에 짧게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소녀와 빈 교실.
칠판의 문구는 "보이콧 관철"
교장선생에게 이끌려 사쿠라의 양호실로 간 온센마크에게 사쿠라는 피곤해서 그렇다며 강장제를 한 병 준다.
하지만 그게 사실은 초강력 설사약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온센마크의 집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데..
온센마크의 집은 온통 공팡이와 먼지로 가득 쌓여 있고, 사쿠라는 온센마크를 밖으로 집어 던진다.
찻집에서 온센마크와 이야기하는 사쿠라.
온센마크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가 보니 집은 마치 몇십 년 동안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곰팡이에 덮여 있었으며,
오늘이 몇월 몇일인지 아무리해도 생각이 나질 않고
학원제 전날이 언제부터 계속 되어 왔는지 알 수 가 없다는..
사쿠라와 온센마크를 돌려가며 비추던 카메라가 사쿠라에서 멈추고,
점점 커지는 매미소리.
과연 지금은 봄인가 아니면 여름인가?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묵으며 다음 날의 학원제를 준비해야 하는 아타루와 친구들.
하지만 온센마크와 사쿠라는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낸다.
다음날은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무도 없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메가네와 파마.
카쿠가리, 치비는 버스로 집에 가는데 객차에는 역시 아무도 없다.
열차는 종점에 도착하는데,
놀랍게도 도착한 곳은 탄 곳과 동일한 시모 토모비키 역
버스도 마찬가지로 원래 탄 곳으로 돌아 오고..
어딘가 이상한 택시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탄 사쿠라
우라시마 타로의 이야기를 하는 기사,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한 사쿠라는 퇴마술을 발동하지만..
학교 근처에 사는 아타루, 라무를 제외하고는 결국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타루 집으로 모두 몰려오게 되는데..
텐짱이 데리고 온 작은 돼지.
엉덩이에 이상한 낙인이 찍혀 있는데..
아타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제 학원제의 날이 오는데,
학교에 가는 길 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서서히 물웅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타루
시노부는 길을 가던 중 갑자기 후링 (風鈴 : 풍경과 비슷한 일본의 종) 에 둘러싸이는 환상에 둘러싸인다.
이건 환상일까? 아니면 꿈일까?
학교에 도착한 멘도.
웬일인지 교실에 있어야 할 레오파르트 전차는 수영장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고,
물밑에서 등장하는 아타루.
무언가 잘못된게 틀림 없는데..
밤이 되어 학교를 조사하기 위해 돌아온 아타루와 일당들.
학교 안의 공간은 앞과 뒤, 위와 아래가 뒤틀려 있는 마궁이 되어 있고..
아타루와 일당들은 멘도家 패닉센터에 보관되어 있는 비상용 해리어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오르는데..
놀랍게도 세상은 토모비키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일부만 남기고 사라져 있었고,
그마저도 커다란 거북 위에 놓여져서 우주를 날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다시 시점은 바뀌고, 메가네가 상황 설명을 시작.
해리어기가 아타루 집에 불시착한 이후 아타루의 부모님, 류노스케 가족과 해리어기에 탔던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졌고.. 이상하게도 전기와 가스, 편의점의 물건은 끊이지 않고 제공되어 라무와 친구들은 종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시작하고..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고지라를 관람하는 라무와 친구들
멘도가 틀었을 때는 나오지 않던 물이 라무가 틀었을때는 수도꼭지에서 넘치게 나오는 걸 보고
멘도는 어떤 생각을 하는데..
사쿠라의 계략에 걸려들어 정체를 드러낸 "무자키" - 꿈의 악마
앞의 복선들에서 암시된 것 처럼 이 모든 것은 무자키가 만들어 낸 라무의 꿈이었던 것이다.
아타루는 유일하게 무자키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무자키를 이용해서 자신의 꿈 "할렘" 을 이루는데..
할렘에 라무가 빠진 걸 알고 무자키와 옥신각신하던 중 어떤 나팔을 분다.
이 나팔은 꿈의 세계를 먹어버리는 요괴, 바쿠 (맥) 을 소환하는 나팔이었고
텐짱이 데리고 온 작은 돼지의 정체가 사실은 바쿠였던 것.
하늘을 날며 꿈의 세계를 먹어버리는 바쿠.
자신이 힘들게 만들어 낸 라무의 꿈이 부서지자 무자키는 아타루에게 계속되는 악몽을 꾸게 하는데..
수수께끼의 소녀를 만나는 프랑켄 아타루
타임 캡슐에서 깨어나 라무의 죽음을 목격하는 아타루 (또 하나의 악몽)
마지막 꿈.
무한히 회전하는 DNA 모양의 나선에서 무자키는 장자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하는데..
얼굴을 드러낸 수수께끼의 어린 소녀
그 정체는 바로 라무.
"어떻게 해서도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
"오빠는,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위해서 그 사람으로부터 자유롭게 있고 싶은 거야"
"꿈에서 깨어나는 법은, 하늘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기 전에 깨어나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그래? 오빠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얼마든지 많아"
"책임 져야 해!"
땅에 떨어지면서 아타루가 쫓아다니는 온갖 여자들의 이름을 부르지만 꿈은 깨질 않고..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서야 나오는 이름 "라무"
학교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보고 화를 내는 아타루.
발로 걷어 차서 잠을 깨우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라무를 바라보는 아타루.
키스를 하려는 아타루와 어느 새 잠에서 깨어나 아타루에게 덤벼드는 메가네, 멘도
이제 다시 시끌벅적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영화는 끝이 나는 듯 하는데..
학교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들.
사실 가운데 있는 사람이 오시이 본인, 오른쪽에 등장한 인물도 아마 연출을 맡은 니시무라 준지가 아닐까 합니다. (확인 필요)
그리고 큰 헬멧에 얼굴이 가려져 있는 인물의 정체는..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영화 제목이 나오는 연출입니다.
스태프롤과 함께 영화의 주제가가 나오는데 지금 들어도 좋네요.
노래의 제목은"사랑은 부메랑" 입니다.
영화 내용을 전부 소개하다 보니 꽤 긴 포스팅이었네요.
본 포스팅에 사용된 스냅샷의 저작권은 모두 영화사 및 작가에게 있음을 알려 드리면서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