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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_문화/책과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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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아래 포스팅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속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서 결심하듯이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한테 그렇게 점점 미루고 있던 숙제같은 영화중의 하나가 알랭 코르노 감독의 1992년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가 보려 한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음악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음악가 "조르디 사발"이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비올의 연주를 담당했거든요.

(참고로 비올 (혹은 비올라 다 감바) 는 르네상스, 바로크시대에 많이 쓰인 악기로 현대 첼로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조금 더 작고, 거트현을 써서 철현을 쓴 현대 악기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냅니다)

 

 

 

이 영화의 OST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구입해서 아직도 가끔씩 듣고 있는데, 영화는 개봉된지 25년도 지난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다음 영화 줄거리 참조)

17세기 중반 프랑스는 루이 14세가 집정하고 있던 시기.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올라의 거장 쌩뜨 꼴롱브는 어린 두 딸과 함께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쌩뜨는 두 딸을 유일한 제자로 삼으며 궁정에서 제의하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자연 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생활한다.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악기만을 다루며 생활한다. 그는 두 딸에게는 물론 제자가 되기위해 찾아온 마랭 마레에게도 그리 친절한 스승이 되지 않는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인 마랭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쌩뜨의 제자가 되기를 자청한다. 음악적으로 성공하기 위함이다. 그가 열 두 번째 교습을 받으러 갔을 때 스승의 딸 마들린은 홍조 띤 얼굴로 문을 연다. 마랭은 그런 마들린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마랭이 궁중에서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을 안 쌩뜨는 마랭을 내쫓는다. 마랭은 결국 마들린을 버리고 화려하고 낭만적인 궁중 생활로 빠져드는데...


 이 이후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뻔하게 예측 가능한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마들린은 마레에게 버림을 받고 나서 병에 걸리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됩니다. 아버지 콜롱브에게 마레가 작곡한 곡을 연주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고, 대신 둘째 딸을 마레에게 보내서 자기의 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도록 부탁하죠.

이제 궁정의 연주자가 된 마레는 마들렌에게 와서 연주를 들려주고, 마들렌은 그 음악을 듣고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짓습니다.

(사실 마레가 마들렌을 떠난 뒤 작중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설명이 없는데, 갑자기 배우가 기욤에서 제라드 디빠르디유 (기욤의 아버지)로 바뀝니다. 부자지간이다 보니 비쥬얼이 너무 차이가 나서.. 영화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들렌도 이때 마레에게 살이 쪘다고 말하긴 하는데..)

 

 

영화 1시간 9분 시점의 마레는 훈남입니다.

 

 

 

하지만 영화시간 10분 뒤 (1시간 19분) 시점의 마레는...

 

 

좀 심하긴 하죠? ^^

 


어쨌거나.. 마들린은 마레의 연주를 듣고 나서 마레가 선물해 준 신발의 끈을 풀어 그 끈으로 목을 메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아내에 이어 이제 딸까지 잃은 꼴롱브는 더 큰 슬픔에 빠져들어 그토록 사랑하던 비올마저 멀리하게 되고, 마들린이 죽었다는 이야기들 전해들은 마레는 꼴롱브의 음악이 사라질 까 두려워하며 밤마다 몰래 꼴롱브의 오두막을 찾아와 밖에서 음악을 훔쳐 들으려 하죠.

 

계속해서 찾아와도 꼴롱브는 비올을 연주하지 않고 있어 마레는 헛걸음만 하다가, 구름 한 점 없는 어느날 밤 꼴롱브가 혼잣말로 "내 옆에 음악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나는 죽을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하고 마레는 오두막에 들어가게 됩니다.

 

마레가 꼴롱브에게 마지막 레슨을 한 번 더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꼴롱브는 "내가 첫 레슨을 하도록 해 주게" 라고 대답하고, 두 사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진정한 음악적 교류가 이루어 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악단에게 들려주는 마레가 꼴롱브의 환상을 보고 비올을 연주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음악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또는 어려운) 점이라면 주연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배우들이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해도 프로 연주자들 정도의 수준으로 연주를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악기 연주가 가능하도록 연습을 한다면 더빙 작업 등을 통해서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연기가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 됩니다.

일부 장면에서 등장하는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거의 주역 3명 (마랭 마레, 생뜨 꼴롱브, 마들린) 과 조연 2명 (동생, 부인) 만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주연들이 비올을 연주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어느 한 장면 크게 어색함 없이 본인이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니까요.


2014년에 화제였던 영화 "Whiplash" (위플래시)도 주인공의 드럼 연주 장면이 상당히 좋았는데, 위플래시의 주연 배우 마일스 텔러는 원래 드럼을 연주한 경력이 있었다고 하지요. 

세상의 모든 아침에 나오는 배우들이 이전에 비올을 연주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화 촬영을 위해 비올 연습을 상당히 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주인공들의 대사보다 음악이 더 중요한 영화인 만큼, 혹시라도 이 영화를 집에서 보신다면 좋은 스피커를 갖춘 환경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일반적인 저가형 컴퓨터 스피커로는 비올의 소리를 1/10도 제대로 들려주지 못하더군요.


영화의 몇몇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네요. 아래에 공유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OST도 구입해서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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